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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무기 시설 3곳만 때리고 트럼프 "임무 완수" 선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이번 시리아 공습은 완벽하게 실행된 공습이었다"며 "이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며, 우리는 임무를 완수했다(Mission Accomplished)"고 선언했다. 국방부의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목적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화이트 대변인의 말대로 이번 공습은 시리아 내 화학무기 시설 3곳에 집중했을 뿐 군사기지는 제외됐다.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노린 공습도 아니었다. 2017년 4월 1차 시리아 공습 당시 정부군의 공군기지를 직접 겨냥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따라서 "러시아와 이란의 보복 공격을 유발하지 않도록 계산된, '절제된' 작전이었다"(뉴욕타임스)란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이란 보복공격 차단 의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이번 공습이 지난해보다 훨씬 고강도로 이뤄졌다"면서도 "이는 일회성 공격으로, 추가 공격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를 두곤 먼저 "시리아 사태에 전면 개입하지 않으면서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일회적 응징을 통해 미국의 파워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중동의 화약고인 시리아에 발을 담글 생각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13일의 연설에서도 "미국은 시리아 내 '무기한 주둔'을 모색하지 않을 것이며, 이슬람국가(IS)가 완전히 격퇴되면 철수를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번 공습으로 미국이 시리아 사태에 보다 깊숙이 빠져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육군 장성 출신인 제임스 더빅은 워싱턴포스트에 "러시아와 이란, 아사드 정권은 서로 연결돼 있다"며 이번 공습을 빌미로 이들 국가가 보복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부시 "임무 완수"선언 후 낭패 사실 시리아 내전은 이미 뜨거운 국제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아파 맹주 이란은 아사드 정권을 뒷받침하고 있고, 이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은 반군을 지원 중이다. 또 러시아는 시리아를 중동 지역의 교두보로 삼고 첨단 무기들을 팔아치우고 있다. 미국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아사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하고 있다. 노어 펠드먼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2월 블룸버그 칼럼에서 "미군은 러시아 용병을 공격하고, 이란과 이스라엘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터키군은 쿠르드인을 살해하고 있다. 시리아는 '모두의 모두에 대한 전쟁'이 돼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트럼프의 '임무 완수'라는 선언은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6주 만인 2003년 5월 1일 항공모함에 올라 '임무 완수'라고 쓰인 플래카드 밑에서 "이라크에서의 주요 전투작전은 종료됐다"고 선언했지만 그 뒤로도 수년간 전쟁이 더 이어졌다. 이후 '임무 완수'는 이라크전에서 빚어진 미국의 오판과 실수를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한편 트럼프가 시리아 공습에 나선 게 국내 정치상황을 두루 감안한 행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캐리 리 공군대학 교수는 "현 시점에서 군사공격을 한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트럼프는 현재 정치적으로 가장 위기에 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치적 위기 탈출용" 분석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유착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칼날이 트럼프 대통령 코앞에까지 다가와 있고, 이와는 별도로 연방수사국(FBI)이 포르노 여배우와의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코언은 트럼프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전직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퍼드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2일에는 트럼프타워 전 도어맨이 "트럼프가 1980년대 후반 가정부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는 혼외자설을 폭로하기도 했다.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스캔들로 청문회에 출석한 다음 날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던 적이 있다. 북·미 회담에 미칠 파장=시리아 공습은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취임 후 4일 만의 '사건'이다. 볼턴의 강경 대응 방침이 반영됐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시리아, 미·러 대결 국제전쟁터로 이번 공습이 북·미 회담을 앞둔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줄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핵시설 등을 정밀 타격하는 '코피(Bloody Nose)작전'이 전개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는 시각이다. 정치평론가 마크 티센은 시리아 공습 전인 12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시리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북한도 지켜볼 것"이라며 "북한이 ICBM을 계속 추구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보여주기 위해 군사 타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이번 공습은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거부하는 또 하나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CNN은 14일 "북한이 시리아나 리비아와 같은 운명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정보 분석기관 스트래트포의 로저 베이커 부회장의 말을 인용해 "이것(시리아 공습)은 북한이 핵무기를 추구한 이유의 일종"이라며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이런 유형의 응징 타격(punitive strikes) 가능성을 줄여준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성탁 런던 특파원·황수연 기자 김현기 워싱턴 특파원·

201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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